입 Lips N.05

29.7*42cm
Oil pastel and graphite on paper

나는 어릴 때부터 전형적인 아시안 부모님의 성화에 공부를 열심히 하기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었다. (모두 알다시피) 한국의 학습은 주로 객관식, 주입식으로 문제를 내고 정확한 단문의 정답을 골라내면 통과되는 방식이다. 문제를 이해하거나 무엇이 원인인지 어째서 발생했는지 따위의 근본적인 질문은 필요없고 그저 질문과 정답을 외워 말하면 되는 방식이다. (물론 나는 그 방식이 너무 싫었기 때문에 반항을 하다 못해 결국은 만화라는 부모님께서 원하시는 것과는 반대 방향으로 길을 터 버리게 되었다.) 내가 중국에 있을 때 중국화 선생님께 서예와 그림을 배운 적이 있었는데 선생님께서는 그저 멋진 그림을 본인이 그리시고 나는 그것의 모습과 결과물을 따라 그리기 위해 노력하는 것으로 교습이 끝났다. 같은 반의 유럽 친구들은 배움이 따로 없이 그냥 따라 그리는 것이 너무 답답하고 이해안가는 교습 방식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나는 익숙한 방식이라 큰 문제가 없었다. 어째서 이러한 방식의 교습법이 동아시아에서 존재하는가? 그것은 우리가 역사와 언어를 통해 만들어 온 방식이 이러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동아시아 삼국의 언어에서는 언어의 발화 시에 주어가 꼭 필요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동사가 주어에 따라 변화하지도 않는다. 우리는 스스로를, 혹은 당신을 생략하여 말할 수 있다. 나 혹은 너, 어떤 개인의 주체는 우리가 대화하고 배움을 이어갈 때 전혀 중요하지 않은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미 존재하는 것의 생각과 방식을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에게는 선구자의 길을 따라 밟아가는 것이 나 자신보다 중요한 가치관 속에서 자랐다. 이러한 방식의 배움과 언어의 발화는 동양에서 어떻게해서 자연주의적인 집단주의적인 사고와 가치관이 발전하게 되었는가 하는 또 다른 질문의 대답 중 하나가 되어줄 수 있을 것이다. 자연에는 자주적 태도나 개성, 혁명이 필요하지 않다. 하지만 자연에도 돌연변이는 존재하며 인간은 야생의 동물이 아니다. 인간은 스스로를 동물보다 우월한 존재로 인식하기를 즐기는 나르시시즘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인간 중심주의적 가치관은 서구 사회 인간에게 과학기술의 발전과 인간의 내면을 탐구하는 철학적 관념론을 발전시켰으며 현재는 지구상의 대부분의 국가와 개인이 인본주의나 자본주의 가치 개념을 중요하게 여긴다. 그리고 이것은 또한 현재 지구상의 민족 간, 단체, 개인 간 갈등의 주요 원인이기도 할 것이다. 나는 이러한 갈등에 대한 해답을 가지고 있지도 않고 무언가를 제시할만큼의 지식적 바탕이 있다고 할 수도 없지만.. 동양적 가치에 대한 재발견과 탐구는 그 길의 하나가 될수도 있을 것이다.